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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칼국수 이야기1

오늘같은 날....

아침부터 비는 내리고 억지로라도 놀아야 할때

모처럼 부엌에 앉아 밀가루 두 바가지쯤 퍼서

(저는 손이 좀 큽니다..)

무릎 착 꿇고앉아 한시간쯤 치대서

슥슥 홍두깨로 밀어 칼국수 한번 끓여 보시죠.

 

 ***가까운곳에 해물 칼국수를 하는 집이 있습니다.***

해물은 많이 넣고 끓이나 국물이 걸쭉한게

퉁퉁 불은 국수를 커다란 양푼에 잔뜩 퍼서는

떠서 먹으라고 합니다.

 남편과 애들은 국물이 시원하다나 어떻다나....

 

 언젠가 시어머님께서 작은 아들네 집에 며칠 가 계셨습니다.

 하루는 동서가 "어머님 칼국수 해드릴까요?'하길래

 어머님이 네가 국수를 할줄아나..그러니

동서가 예 할줄알아요 하드랍니다.

 

 가만히 하는걸보니 반죽을 풀썩풀썩 해가지고는

양재기에다 대고 꾹꾹 눌러 몇번을 치대더니

도마에 놓고 방망이로 뚝딱뚝딱 밀어서

 국수를 끓이더랍니다.

 

 그래서 국수가 맛있었어요..

웬걸 이건 분칠을 얼마나 했는지 국물은 걸쭉한게

국수가닥은 손가락같이 굵은것이 꾸들꾸들해 가지고는

국수가닥이 입에넣고 먹을양이면 한쪽은

콧구멍을 찌를 지경이라 옛날 성질같으면

(이걸 국수라고 했느냐고)

국수가닥으로 등가죽을 한번 후려칠텐데

억지로 참으며 그래 참 맛있다 그랬다네요.

 

 어머니...저한테 하던 성질은  다 어디로 가셨나요..

 

 이 해물 칼국수를 보니 문득 어머님 생각이 나네요.

 모름지기 국수가닥은 젓가락에서 회리릭 감길 정도는

돼야한다던 말씀...

 

 화려한 재료보다 그저 감자 채쳐 넣고 끓이다

국수와 애호박 넣고 짤짤 끓여서

말갛게 익으면 바로 떠서 내는 시골 칼국수....

오늘같은날 점심으로 뜨거운 칼국수 훌훌 불어가며

한그릇 비워내시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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