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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내 고향의 봄

시집 오기전 아득한 옛날에는 이른 봄이면 어른들을 따라서 산을 탔다.
산은 높고 험하지만 그때는 높은 줄도 모르고 산을 올랐다.

화전밭을 일구어 콩이나 옥수수를 심던 밭에는 고들빼기가 속잎이 발갛게 살아
나오고 더러더러 달래(달롱)도 있었다.

고들빼기는 삶아서 고추장 양념으로 무치면 쌉쌀하면서도 단맛이 있었다.
 
조금더 날이 풀리면 개울가 뚝방에는
민들레 질경이 조개비나물 소루쟁이 돌(돈)나물이 올라온다.

산에서 제일먼저 뜯을수있는 홑잎나물과 원추리를 같이 섞어서 무치면
 한가지만 무치는 것보다 더 맛있다.
 
조금더 있으면 고사리 고비 취나물이 많이 나온다.
아침이면 다래키 하나씩 허리에 차고 앞산을 오른다.
 
점심때까지만 돌아다니면 고사리를 다래키로 하나씩 꺾어 가지고 돌아오는데
오자마자 끓는 물에 데쳐서 널어 말린다.
 
어느정도 말라서 새들 새들할때 줄기를 비벼주면 색갈이 깜촘하게 좋아진다.
한 다래키를 말리면 약 한근정도가 된다.

봄내 말려서 두었다가 어느 하루는
말린것을 죽 널어 새벽 이슬을 �혀서 촉촉해지면
 
한근(600g)씩 뭉쳐서 짚으로 잘 묶어 바싹 말린 다음
시장에 내다 팔거나 오는 장삿군한테 넘긴다.

그리고 곁불에 같이 캔 더덕이나 도라지는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가
모 심을때 점심 반찬으로 쓰인다.

대개의 경우 모 내기 하는 날의 점심 메뉴는
큰 가마솥에 강낭콩을 넣은 밥(벼가 콩알처럼 잘 여물라고)
 
국은 고사리를 삶아서 우린다음 들깨를 갈아 넣고 푹 끓인 고사리국.

반찬으로 꽁치 조림. 콩나물무침. 더덕양념 구이. 도라지 무침.
미나리나 파 강회. 그리고 김이나 구운 미역등이다.

대개의 집들이 이와 비슷했다.
어릴때 산을 좀 탔던 탓일까 지금도 나의 다리는 튼튼하다.

다시 고향을 찾아가 앞산을 쳐다보니 얼마나 험한지...
 
그 바위 벼랑길을 돌아다닐땐 무서운줄도 몰랐었는데
(그곳에는 굵은 고사리가 많았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은 감히 엄두를 못낼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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