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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뜨개질하기

내나이 열살이 되기전엔 화학 섬유가 없었다.
(물론 내가 살던 두메산골 얘기지만)
대개는 광목이나 옥양목 등등 무명옷이 주류를 이루었다.

우리는 목화를 심어서 '씨아"라는 자그마한 기계로 목화씨를 빼고
당숙이 하시는 솜틀집에서 솜으로 틀어왔다.

솜은 이불솜으로 쓰이고 남자들의 저고리나 솜바지속의 재료가 되었다.

그중에서 내가 제일 재미있어 하든것이 실만드는 것인데
구름처럼 잘 탄 솜을 옆에 놓고
'물레'라는 기계를 이용하여 살살 돌리면서 솜을 잡아 당기면
무명실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이다.
어릴때라 그랬는지 나는 실을 쪽 고르게 뽑아내었다.

무명실은 바느질 할때도 쓰이지만 이것을 네겹 정도로 겹쳐서
스웨터나 도꾸리 양말 장갑을 떴다.

양말 같은것은 하룻밤에 한켤레 정도는 뜬다.
지금 생각하면 투박하고 무거운 옷 이었을텐데 그 시절에는 그리 입고 살았다.

가볍고 예쁜 합성 섬유로 된 실이 나온건 열살 이후이다.
그때 시집가는 처녀들은 사흘만에 친정 근친올때면
오공오실로 짠 스웨터에 (지금의 밍크코트 수준이 아니었을지...)
 
긴머리를 댕강 잘라서 빠글빠글 지진
파마머리를 하는것이 유행이었다. 

그렇게 차리고 온 새색시는 시집 잘간 여자이고
완고한 집안에선 쪽진 머리로 엿 한동구리에
술 한병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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