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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옛날의 세밑 풍경

사 오십년을 거슬러 올라가서 섣달의 풍경
어머니는 식구들의 설빔을 장만하기위해 때묻은 옷을 골라냅니다.

어른들은 대개 흰색으로 옷을 입으셨고 거의 광목이나 무명옷이었지요.
이옷들은 모두 솔기 솔기 바느질한 것이라 모두 뜯어서 양잿물로

삶아야 합니다. 애벌 빨래를 해서 아예 빨랫터에 솥을걸고 푹푹 삶아서
방망이로 두드려서 빨았습니다.

지금처럼 고무장갑도 없었고 해서 물을 끓이면서 바가지로 물을퍼서
손을 더운물에 적셔가며 빨래를 하셨습니다.

다 빨은 옷은 그냥 말리는 것이 아니라 풀을 먹여서 널어 말립니다.
무명옷이나 광목천은 밀가루풀을 먹이지만 그래도 아이들이나 처녀들

그리고 젊은 아낙들은 비단옷(명주)이라 세탁을 하기도 까다로웠습니다.
명주천은 물이 잘 들어서 따로 빨아야하며 뜨겁게 삶아도 안되는

고급 (지금의 실크)옷감이라 풀을 먹이는 것도 녹말풀을 먹여야 했습니다.
기나긴 겨울밤 다듬잇소리는 집집마다 울려퍼지고...

무명옷은 옷이 거의 말라갈쯤 잘 개켜서 두들겨주면 구김이 잘 펴집니다.
명주옷은 개어서 발로 꼭꼭밟아 두드리기 시작하면 다듬잇돌 위에서 다

마르도록 다듬이질을 합니다. 이렇게 두드리면 명주천은 반들반들 윤이나고
새로 산것처럼 변신이 됩니다.

긴 겨울밤 다듬이질 소리와 바느질, 설밑에는 낮이고 밤이고 바느질로
소일하시던 어머니. 비록 새옷이 아니어도 온가족이 깨끗하게 차려입을 설빔

숯다리미로 사~악 다려서 입은 풀먹인 옷의 감촉
그시절 최고의 설빔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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