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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가리산

내고향집에서 오십리도 더되는 곳에 가리산이 있습니다.
큰산이라고 불리는 이곳은 오월 단오가 지나야 산나물이 알맞게 자라는 높은 산입니다.
누에를 치고 난 다음 동네에서는 나물을 뜯으러 갑니다.

집집마다 힘쓰는 장정들과 나물 잘 뜯는 여인들이 점심을 싸가지고 새벽같이 길을
떠납니다. 나물은 수도 없이 많이 나기때문에 큰 보자기로 하나씩(무명이나 삼베일 경우
네폭을 이은 정도)뜯어서는 이고 지고 돌아오는데 날이 저물어야 집에 도착합니다.

데쳐 널어 말려두면 겨울철 묵나물 장만이 끝납니다.
그리고 여름이면 참나무 베어 놓은 곳에서 목이버섯(흐르레기)을 따는데 비오고 난
이튿날이면 부지런한 사람들은 먼길 마다않고 산을 탔습니다.

나는 열살쯤 되던 해 여름 동네 사람들과 가리산 밑 늘목이라는 곳에 고야를 사러
갔었습니다. 집에서 쌀이나 좁쌀 등등 곡식을 자루에 담아 머리에 이고 먼길을
걸어갔습니다. 아~거기에는 고야나무에 고야가 달릴대로 달려 가지가 땅에 닿을 지경이었습니다.

이름도 고야골이었으니까요. 주인은 마음대로 따가라고 하고 우리는 곡식을 내려놓고
그 자루에다 고야를 따 담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많이 가져 올래야 무거워서 많이 기져올 수도 없으니까요.

먼길 걸어온 이튿날은 다리에 알이 배겨서 학교도 못갈 지경이었습니다.나는
지금 그곳을 기억도 못하겠습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거의 오십여년전 일이라)

 

그런데 언젠가 'TV동화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프로에

가리산 늘목 이야기가 나오더라구요.

 벌치시는 눈먼 아저씨와 그 자녀의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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