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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누에치기3

누에치는 잠구는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장만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다 시렁을 만들고 잠박은
싸리나무를 휘어서 만든다.

나무로 만든 잠박보다 가벼워서 좋았다.
산에는 싸리나무가 많았으므로
해마다 베어낸 곳에서 자란 싸리나무는 동배리라고 부르는데
가느다란게 한길도 넘게 자랐다.

여름날 7~8월경 잘자란 싸리나무를 베어다가 꽁꽁묶어
흐르는 강물속에 담가서 며칠을 보낸다.

저녁이면 개울가에 모여 앉아 싸리나무 껍질을 벗긴다.
벗긴것은 비소리라고 하여 잘 엮어서 잠망을 만든다.

누에똥 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다.
벗긴 동배리는 휘어서 직사각형으로 틀을 만들면
멋진 잠박이 되는 것이다.

한가지 벗기지 않고 만들경우 좀이 쓸어서 수명이 짧다.

싸리나무로 만드는 것은 수도 없이 많다.
바소고리, 삼태기, 다래키, 채독, 채농, 광주리...

그시절 여름밤에 우리아버지와 형제들은 싸리나무를 비틀어서 훑고
동배리는 가늘게 쪼개고 하면서 더운 여름밤을 보냈다.

넓적하게 펼친 것은 다래키나 삼태기의 바탕이 되고
가늘게 쪼갠것은 엮어가는 끈이 되는것이다.

아버지가 엮어 만드신 다래키는 너무커서
우리가 허리에 차고 뽕을 따면 허리가 휘청할 정도였다.

누에치고 난 후 뽕나무는 전지를 해 주는데
잔가지나 굵은 나무를 묶어서 느타리 종균을 발라 주면
가을이나 다음해 봄에는 버섯이 돋아났다.

어느해는 너무많이 솟아나서
마치 갈가마귀떼처럼 새카맣게 보인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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