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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토끼사냥

한해 농사가 끝난 산골 마을은 한가롭다.

저녁이면 아버지와 오빠는 철사를 구해서 옹노를 만들었다.

앞개울을 건너 험한 산을 오르면 주~욱 가리산까지
오십리도 넘는 산등성이를 오르 내리며
옹노를 놓는 것이었다.

한 두개가 아니고 몇백개씩 걸머메고 하는일은
취미 그 이상이라고 할만하다.

그리고는 날마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어느날은 한마리 어느날은 서너 마리씩 잡아오곤 했다.

아버지는 날카로운 칼로 토끼의 가죽을 벗겨서는
속에 짚을 넣어 말리셨다.

예전에는 가죽을 사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죽을 벗긴 토끼는 배를 가르고 손질을 해서 먹었다.

고기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의 좋은 식품이었으리라.
넉넉히 먹고 남는 토끼는 내장을 빼고 잘씻어서
갈고리에 걸어 꾸덕꾸덕하게 마르도록 갈무리를 한다.

해마다 동짓달 스무나흗날이면 (아버지의 생신날)
걸어놓은 토끼가 열댓마리쯤 남아 있게 되는데
그걸 모두 꺼내다가 살을 발라 다져서 만두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혼자셨지만 사촌이나 육촌이 모두
한동네 사는 터라 그리 외롭지는 않았다.

토끼고기만두와 메밀국수....
남편은 처음 우리집에 왔다가 막국수와 옥수수술에 죽다 살았다.
그이후론 절대 막국수는 먹지 않으려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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