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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긴 하루

우리집은 ㅇㅇㅇ씨 종갓집입니다.

해마다 음력 시월이면 시제사준비를 합니다.

 

초사흘부터 시작해서 열이틀까지 지내는 데

서울 큰종손댁은 고향을 떠나시고 어른들도 일찍

돌아가신지라 차종손인 우리가 큰댁제사와

 

우리제사까지 네분상을 차립니다.

그리고 단양의 ㅇㅇ공제사까지도 준비해야할 형편에 놓였습니다.

 

예전에는 땅을 관리하는 분이 제사준비를 했지만

지금은 산골땅은 누가 부치지를 않으려고 합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제사도 많이 간소화되었고

연세많으신 어른들만 도포를 입으시고 유관을 쓰신답니다.

 

물론 젊은분도 몇분 계시지만 아직 진설도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고요.

 

어르신들은 너무 격식을 따지셔서 초헌관은 누가하고

아헌관은 누가할지를 놓고도 신경전을 벌인답니다.

 

문래마다의 세력다툼이라 해야할지 힘있을때

잔한번 더 올리려고 그러시는지 알수는 없지만....

 

밖에서 그런행사를 할제 안주인은 너무 고달프답니다.

어제 꾸린 제수가 열두박스가 넘고요.

 

산에서 지내느라 딸 아들까지 도우미로 동원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너무 깁니다.

모든일이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과 보람..

 

남편의 기를 살려줘야 하는 아내의 자리가

힘에 부쳐선가 입안이 다 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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