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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내 유년기의 추억3

예전에는 볏짚이 귀했습니다.
새마을 사업이 시작되기전 우리집은 초가 지붕 이었습니다.

해마다 지붕을 잇지 않으면 이듬해는
어김없이 지붕에 골이 패어 비가 새거나
여름 장마가 계속 되는 때는
지붕에 하얗게 버섯이 돋아나기도 하였습니다.

타작 마당에서 볏짚은 스무단씩 모아서 한 둥치로 묶어 쌓아놉니다.
그리고 이맘때쯤이면 이른 저녁을 먹고
동네 어른들이 삼삼오오 바깥 마당으로 모여듭니다.

저녁마다 오늘은 이집 내일은 저집 이렇게 동네를 한바퀴돕니다.
바깥마당 한가운데 불을 넉넉히 피워 올리고
짚단을 한 둥치씩 곁에 놓으면 이엉 엮기가 시작됩니다.

한사람이 한둥치씩 엮으면 금방 스무마람씩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그렇게 하는일을 '울력'이라고 했던것 같습니다.

여인들은 낮에 쌀을 담갔다가 건져서 디딜방아에 빻아
커다란 무우 채 굵게 썰어 무설기를 만듭니다.

붉은팥 푹 삶아서 주걱으로 툭툭 쳐서 켜를 놓은다음
저녁불에 쪄내고 멸치와 막장 풀어서
배춧국이나 씨래기국 푹끓여놓고

입동때쯤 담가 맛이 들어가는 김장 김치와 동치미..

거기에 술독에서 금방 걸러낸
달착지근한 막걸리 한 동이 면 지붕 이을 걱정 끝입니다.

마당에선 왁자하게 막걸리가 돌아가고
안에서는 떡과 김칫국만으로도 즐거운
여인들의 웃음이 있었읍니다.

새마을 사업으로 지붕은 변하고 일손도 덜어졌지만
그래도 그시절이 정겨웠던것 같고

그때는 무시루떡이 그리 맛있는줄 몰랐었는데
나이들어 생각하니 무 시루떡이 새삼스럽게 먹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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