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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내 머릿속의 지우개

젊은날 남편은 장가를 가기위해 직장을 조금 다니다가

단 몇년도 지나지않아 사표를 쓰고는 어머님이 계신 산골로 들어왔습니다.

농사라고는 벼농사 콩농사정도를 하는 수준인데

그것도 제대로 못해서 골골 거리면서도....

******

어느날 집안 아저씨와 형님이 찾아오셔서는

"젊은 네가 동네일을 맡아 해야겠다."

우린 늙어서 일하기도 힘들고 운전도 할줄 모르니

이장일을 맡아서 하라는겁니다.

오래도록 뿌리박고 살아온 집성촌에서

타성한테 동네일을 맡길수는 없다면서 반 강제로 일을 떠맡기셨습니다.

남편은 그야말로 좁은 오솔길을 경운기가 다니도록 길도 넓히고

이골짜기 저골짜기 모두 시멘트포장도하고

열심히 동네일을 보았지요.

*******

어느날 남편은 동네 상포계를 조직했습니다.

집안에 따로 상여도있고 일할만큼의 사람도 있었지마는

집안말고 타성을 가진 사람들도 모두함께하는 상포계를 만든겁니다.

못자리판의 피씨 섞이듯 더러더러 섞인 이씨 김씨....

그리하여 수십년을 내려오며 이제는 회장도 두어번 바뀌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보니 이제는 젊은이가 없어도 큰일을 치를수있고

게다가 산소를 쓰는일도 별로 없고해서

40여년만에 그 이름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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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끝을내려니 아쉬웠던지 이름을 바꾸어

새로운 조직이 탄생했습니다.

코로나가 사라진건 아니지만 기세가 약해졌으므로

무려 4년만에 모임을 가졌습니다.

처음 시작할때의 어른들은 떠나시고 대를 이어 자손들이 이어받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소개를 하는데

옆에 앉은 남편 친구가

"저기 저사람은 누구여?"

아니 쟈를 모른다고?

한동네에서 평생을 같이 살며 오고갈때 인사도 하고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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