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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풍경

봄날의 하루 (산불조심.)

3월 30일 집에서 가까운 인근동네에서 산불이 났습니다.

그날은 임플란트를 시작한지 8개월만에 마무리로

치아를 다 해넣고 기념으로 집에서 애들하고 고기를 구워 먹었습니다.

1시가 넘어서 핸드폰에 산불이 났다고 주의하라는 안내가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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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다고는해도 그래도 먼곳이라 안심은 하면서도

걱정도 되었습니다.

다음날에야 불이 다 꺼졌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산불감시를 하시는 아저씨는 몇년째 저의산골에 다녀가십니다.

하루 세번정도 올라오시는데 올해는 아래에서 농사짓는분이

밭을 주말농장으로 내 놓아서 낯선분들이 오르내립니다.

그분들 중에는 밭일은 안하고 남의 밭두렁이나 산을 기웃대시는 분이 있었지요.

하루는 조심하시라고 산엔 올라가지 마시라고 했더니

"내가 담배를 피우나 뭔 피해를 준다고 못가게하냐"고

화를 내시더랍니다.

그러고나서 사나흘뒤 큰 불이 가까운데서 나고보니

조심들은 하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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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전 쯤 제가 30대 초반일때 일입니다.

하루는 산지당골에서 강낭콩을 심고있는데

이상하게 날이 더웠습니다.

한참 일을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랫집 아주버님이 반구밭에서

웃옷을벗어 흔드시면서 뭐라고 소리를 지르시는거예요.

잘 들리지를 않아서 멀뚱히 보다가 산을 쳐다보니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 오르는겁니다.

아차...산불이 났구나....

그길로 냅다 뛰기 시작했지요.

아주버님은 혼자서 불을 끄시다가 도저히 안되니

사람을 찾아 소리를 지르신거지만

산속에 사람이라곤 저 하나뿐이었거든요.

남편은 저넘어 산아랫논에 논둑 가래질 하러 소를끌고 넘어갔고요..

전화도 전기도 없던 시절이라 한참을 내달려서

고개아래 목장집에 연락을해서 그길로 신고가 되고 

온 동네에 소식이 알려졌습니다.

다시 고갯길을 올려뛰고 산하나를 또 넘어서

남편이 논을 가는곳엘 찾아가 불난것을 알리고

둘이서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그때만해도 소방서도 없거니와 길도 좁은곳인데

온동네 사람들이 저마다 갈퀴를 들고 낫을들고...

동직원들이 몰려와서 불을 끄는데 

이미 불은 산등성을 다 타올라서 능선을 따라 길게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갈퀴나 괭이는 별로 도움이 못됐지만 다 타고남은 불씨를 파묻고

정리를 하는데는 필요했습니다.

여럿이 모이다보니 불은 잘 껐지마는 나무도 타고

조상님 산소도 타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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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얘기 한가지....

아주버님은 밭둑을 까시르려고 불을 놓았지마는

죄없는 저는 산길을 내려뛰고 올려뛰고

옆으로 돌아서 산하나를 넘어 또 뛰고.....

그 몰골도 기괴 하였을것이나 제가 제모습을 못보니....

헌데 한참 불을끄고 있는데 동직원 한분이 제게 묻는겁니다.

저분들은 누구래요..

가르키는곳을보니 아래형님이 장에갔다 늦게 오셔서는

불도 안끄고 아주버님을 붙들고서 숙덕숙덕....

누가봐도 불낸 사람 티를 뚝뚝 내는거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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