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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

고향의 칠월은...4

 

비를 맞고 서있는 봉숭아입니다.

*****

이맘때면 집집마다 마당가에는 봉숭아가 몇포기씩은

이렇게 예쁜모습으로 피어났었습니다.

방학을 맞은 아이들은 날마다 아침일찍 일어나서는

동네 공회당으로 모였습니다.

거기서 이른 조회를 하고 동네 길가 청소를 하였지요.

그리고 나서야 아침을 먹었습니다.

방학숙제중에는 곤충채집과 식물채집이 있었고

학교에 풀 을 베어 한짐씩 가져가는 숙제도 있었습니다.

그걸 쌓아두었다가 학교 실습원 밭의 거름을 하였습니다.

*****

어느해 여름...

우리는 여전히 개울가에서 공기놀이도 수영도 하면서 놀았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수건돌리기를 해도 재미있었고

여자애들끼리 모이면 봉숭아물을 들이기도 하였습니다.

친척이 멀리에 없던 우리집은 조용하였으나

다른 집들은 방학이면 내려오는 일가친척의 형제들로

버글버글했습니다.

큰집을 찾아와서 방학내내 있다가

개학이나 되어야 올라가는 아이들...

그러다보니 개울가는 항상 와글와글 재미있었지요.

*****

하루는 앞말 어느집 아저씨가 얼굴이 사색이 다되어서

아이를 업고 들어가는것을 보았습니다.

큰집에 내려와놀던 아이가 물에 빠져서 잘못 되었던것입니다.

개울가에 사람은 많아도 아무도 눈치를 못채고

일이 벌어진뒤에 알았답니다.

개울가에서 크는 아이들은 모두들 조금씩 수영을 하지만

멀리서온 친구는 그렇지 못하다는걸

아이들이 어찌 알겠습니까...

그렇게 슬픈날들도 있었던 여름방학...

장마철이면 살림살이 그냥 다두고

소와 사람만 앞말동네로 피난가던 개울여가리집...

어느해 제방을넘어 집앞뒤로 물이차서

흙탕물속에서 길을 찾으며 피난하던 무서운기억도

다 칠월의 어느날이었습니다...

요즘 장마철에 많은비로 뉴스에 오르내리는 고향소식을 접하며

지금도 어디로 피난들을 다니시지는 않으시는지....

수해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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