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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

고향의 칠월은....5

 

 

해마다 짓는 농사가 별것이 없이

봄이면 감자를 심고 여름이면 장마에 넣지않고

감자를 캐는것이 봄농사의 좋은 마무리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농사를 많이 짓다보니

감자를 캐면 누에를 치고난 잠실의 뽕 놓아두는곳에

감자를 쌓아 두었습니다.

값도 없는 감자는 장삿군이 오면 소금 한푸대와

감자 한가마니를 바꾸기도 하였습니다.

여름이 지나면 썪는것도 많아서 잔 감자와

썩은감자는 드럼통에 썪히기도 하였지요..

이상한건 생감자는 썪히면 하얀 가루가 많고

썪은감자는 거무스레한 가루가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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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를 피해 감자를 캐고나면 급하게 서둘러

김장밭을 만듭니다.

어물거리다 시기를 놓쳐 늦장마에 들면

가을 김장이 늦어지지요.

이른아침 소를몰고 밭을갈면 김장밭은 금새 만듭니다.

지금처럼 팔려고 대량으로 하는게 아니므로

몇고랑만 만들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집집마다 김장밭은 만들어야하고 부림소는

몇집 안되다보니 소를 빌려가는것입니다.

한집에서 몇고랑만 만든다고 하지만

이집 저집 너도나도 하려니 품삯은 없고

잠시 쓴다고 여물도 안주고....

더운 땡볕에 애꿎은 소만 죽어났던 뜨거운 칠월의 한때모습입니다.

김장과 더불어 메밀파종도 7월달에 하였습니다.

강원도에서는 두마리로 밭갈이를 하기 때문에

등에 얹는 멍에는 더 무겁고 긴것으로 만들었고

뒤의 쟁기도 더 무겁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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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에치기는 유월달에 끝을내고

아버지는 아침일찍 산으로 다니시며

매촐하게 잘자란 동배리를 해 오셨습니다.

이것을 아래 위로 꽁꽁묶어 흐르는 개울물에

며칠 담가둡니다.

저녁이면 시원한 개울가에 둘러앉아

동배리의 껍질을 벗기고

가는것은 반으로 쪼개고

굵은것은 비틀어서 반을갈라 훑고....

이렇게 장만한 싸리나무로 아버지는

다래키나 삼태기 채독이나 바소고리를 만드셨지요.

누에기르는 잠박도 휘어서 만들고

두루광주리도 만드셨습니다.

어머니는 껍질벗긴것으로 얼기설기 엮어서

누에 똥가르는 잠망을 만드셨습니다.

이 벗긴 껍질의 이름은 "비소리"입니다.

아버지가 만드신 다래키는 엄청나게 커서

허리에 차고 뽕을 따면 허리가 휘청할 정도였지요..

여름날 짧은밤도 그렇게 보내면서 만드신 물건들...

안대문을 들어서면 벽면에 주렁주렁 걸려있던 다래키는

아저씨도 하나 달라면 주고

할머니가 달라셔도 드리고...

아버지는 그렇게 주는재미와 자랑으로

사람들이 잘 보이는곳에 걸어 두셨던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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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점심은 밥을먹고

저녁으로는 감자를 찌고 옥수수를 갈아

호박넣고 수제비를 하거나

올챙이묵을 쑤어 먹으며 쌀을 아끼기도 하였습니다.

이다음 한가해지면 고향을 찾아

올챙이묵과 생감자송편 만드는법을 배워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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