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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

고향의 칠월은...3

 아주 오래전에 소를 키웠습니다.

여름이면 쇠풀을 베어다 먹이면서 사료는 아주 조금씩 주었지요.

 쇠등에 질마를 지우고 볏가마를 실어 날랐습니다.

이 좁은 비포장도로를 남편은 동네 통장을 보면서

새마을사업으로 넓혔습니다.

앞에 가시는 어머님과 형님 내외분.....

 저 일렁이는 논둑의 풀들...

예전에는 쇠꼴을 베러 산으로 다니면서 칡덩굴도 걷어오고

마뚝의 풀도 베었지요...

남편은 낫질도 아주 잘했습니다.

 감자도 캐고 옥수수도 익어가는 칠월...

이맘때면 잘 여문 옥수수를 골라서 한 다래키씩 따다가

옥수수를 삶습니다.

금방 꺾어서 찐 옥수수는 찰 옥수수가 아니더라도

참 맛이 있습니다.

 하루에 차들이 몇대 지나가지도 않던 시골 마을에서

길 건너에 옥수수밭을 부치던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날마다 옥수수를 꺾어 먹다보면 빈 대궁만 밭에 남지요.

쇠꼴을 베기가 어려운날은 옥수숫대를 베어다가

소 여물을 주었습니다. 

 

이 조용하던 시골 마을에 어느샌가 큰 길에는

자동차의 행열이 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동해안으로 가는 피서객들의 멋진 자가용들이 도로를

덮어 버린것입니다.

어느날 아저씨는 길 건너밭에서

옥수숫대를 한 지계 잔뜩 짊어지시고

큰 길가로 나오셨습니다.

 

길에는 씽씽달리는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좀체로 틈을 주지 않았지요.

무거운 짐을 지고 얼마를 기다려도

누구하나 비켜주는 사람이 없었답니다.

 

참다참다 열이난 아저씨...

돌아서서 지고있던 지계를 길 바닥에 내동댕이를 쳤지 뭡니까...

그제서야 차를 세우는 도시 양반들이

다시 짐을 챙겨 길을건너 드린후에야

길은다시 뚫렸다는....

 

피서를 가시더라도 농촌의 어르신을 조금은

배려를 해 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들의 아버지...

그분들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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