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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그 배추 두포기는 어디로 갔을까?


엊그제 아침 번개장에서 겪은 일입니다.

중년의 여인에게 배추 열포기를 판적이 있었답니다.
다섯 포기씩 두 봉지에 나누어 담아 주었답니다.

 

그런데....잠시뒤에 큰 소란이 일어났답니다.
좀 전의 그여인이 나타나
배추가 두포기나 빈다고, 당장 더 내놓으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험한 말을 하더래요.

 

두 포기가 아니라 한차를 줘도 아깝지는 않으나

그럴수는 없다고 거절을 했더니
이여자 하는 말이 배추 열포기도 못 세는 인간이 장사는 무슨 장사냐고 펄펄 뛰더랍니다.
배추 넣을때는 저도 봉투 벌리고 같이 담았으면서....

 

한참을 그리 소동을 피우던 여인에게 남편이 한마디 했답니다.
 이제 화 풀었으면 배추 두포기 가지고 얼른 가시라고...
좁은 시장 바닥에 서로가 아는 사람도 많고 한데

그러지 마시라고했더니 사과를 받았으니 됐다며 휑하니 가버리더래요.

 

한참 물건 팔 시간에 봉변을 당하고 나서 상인들은 다돌아가고

남은 물건 파느라 아홉시가 다 되어서야 남편은 돌아왔습니다.
 

소금국에 밥한술 말아먹고 살지라도 우리는 그리 막 살지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부끄럽게 살진 않았어도

 그날 남편의 아침밥은 눈물젖은 밥이었을겁니다.

그 새벽에도 쿨쿨 자고 있었을 내가 죄스럽고 내가 속상할까봐

내색않고 참아준 남편이 존경 스럽습니다.

근데 당신 너무 참지 마세요.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분하면 같이 화내고 욕하면서
툭툭 털어내며 삽시다.

근데 우리의 그 배추 두포기는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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