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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이 온것 같아요..

아침 저녁으로 선들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드디어 해바라기가 피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에는 잎만 보였었는데 꽃이 피는것도 한순간입니다.

키가 작았으면 제법 아름답게 보였을텐데 

처다보려니 일부분밖에 안보입니다.

비가 좀 와주었으면 좋겠는데 하늘은 아주 높아보입니다.

풀숲에서 크는 줄콩을 죽은 단풍나무에 올렸습니다.

곁에서 자라던 오이도 올려줬더니 금새 보답을 하네요..

늙은오이를 버렸더니 다시 싹이나서 열매까지......

주인이 구해줄때를 기다리기까지는 긴 시간이 있었겠지요..

*******

아주 오래전부터 저희는 새벽 번개장을 다녔습니다.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세월이 흐르니 지금은 있는듯 없는듯

나오는이들이 없습니다.

처음부터 함께하던 친구는 이제 두어명뿐이고 상인들도 

공판장에가서 물건을 가져오는것으로 바뀌었지요.

친구중에 딸만 넷을 낳은집이 두집이 있었는데

한집은 부인도 남편과 같은 나이라 나오면 스스럼없이 지내고는 했지요.

남편은 항상 농담삼아 

"딸도 많은데 하나는 우리집에 주면 안되나.."

반은 진담이기도 했습니다...

어느때 그집 아저씨는 아들을 못 낳았다고 마누라를 때리고

술만 마시면 주정을 하고 살림살이는 나아지지않고...

그러다가 그만 이혼을 했지뭡니까...

세월이 흐르고 흘러서 풍문으로는 딸들이 엄마집으로 오간다는 이야기도 있더니

저번날 새벽에 시장엘 불쑥 나왔더래요..

몇년만에 만나는지라 자세히보니

그동안 늙어서 키는 줄어든것같고 건강도 안좋아 보이더랍니다.

그런데 그옆에 낯익은 얼굴이 인사를 하더래요..

어머나....그 아줌마가 다시 돌아왔다는겁니다.

정말 잘됐다고 이제는 서로 의지하며 잘 살라고 했다면서

"이젠 힘이 없나벼....그렇게 말려도 부득부득 이혼을 하더니

맘이 변했네..."

그런데 아빠를 도와 농삿일을 하던 착한 딸래미는

이제 시집을 보내도 되지 않을까요?

울집에도 장가못간 아들이 아직도 세월 무서운줄 모르고 그냥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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