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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이야기

죽것다...저놈들 땜에....

오랜 장마가 지나가고 난후의 고추밭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된것 같았습니다.

물러빠진 고추들과 물러버린 대궁이며 잎들이 우수수 떨어졌었지요.

아무래도 올해농사는 망한거여....

그나마 익어가는 고추를 따면서도 끝이 물러서

물이 주르륵 흐르는 고추들을 집어던져가며 따서

서너곡간을 말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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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고추장사꾼들이 전화를 해댑니다.

건고추 팔라구요..

아직은 고추값이 정해지지 않은것같아 들쭉날쭉한데

머위할머니도 형제들하고 나눈다고 먗백근만 달라하고요.

저희는 말리기는해도 고를새가 없어서 그냥 저장고에 쌓아두기만 하는데

다른데서 사시라고 (값 오르기전에) 해도 두 내외분이 와서

골라간다고 하시더라네요...

그런다하면 더구나 제가 다른일을 못하고 같이 매달려야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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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비가 뜸하니 고추가 다시 건강을 회복하는지

무지무지 붉어갑니다.

아침일찍 들어가서 공판장보낼 물건을 손질해 포장하고

남는시간에 고추를 땁니다.

덥거나 말거나 끝도없이 따다보면 하루해가 갑니다.

애들하고 지친 딸래미가 하루에 두세번 영상통화를 하는데

심심한 아이들이 달려와서 이야기 조금하고요.

태민이는 도리도리 만세 박수.....

배운재주를 열심히 뽐내고 저는 칭찬해 주면서

잠깐 피로를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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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의 고추들 언제 다 따나....

건조기에 다 말릴수도 없고 웬수가 따로 없네요.^^

장마통에 햇빛을 덜봐서 불그죽죽한 가지는

죽죽 빠진것보다 굽은것이 많을정도입니다.

그런데로 대충 굽은것도 잘 담아서 가져가면

50개들이 한박스당 평균 18000원은 나옵니다.

문제는 제가 힘이 부족하여 남편이 따는것인데 남편은 

오로지 열매만 딴다는게 문제입니다.

저는 따면서 큰잎도 따주고 줄기도 잘라가며 하는데

이제는 제가 할수없는 일들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