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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내 유년기의 추억2

어린시절 겨울은 몹시 추웠다.

안방 창가에는 언제나 화롯불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점심때면 김치에 들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밥을 비벼 먹거나

불이 삭아 재불이 되면 고구마를
묻었다 꺼내먹고는 했다.

그 비빔밥의 누룽지맛 혹시 아는사람 있나여?..
오래된 사람만 알수있는데..

어머니는 겨울이면 바느질로 소일하셨다.
내어머니의 옷장속에는
가지 가지의 실과 옷감들이 들어있는 잣주머니가 있었다.

굵은 무명실은 이불이나 옷 꿰맬때 쓰고
명주실은 수놓을때 쓰셨는데
세상의 온갖 색갈로 물들인 실타래는
머리카락 땋듯이 풍성하게 땋아서 두고 쓰셨다.

지금도 기억나는 물감의 이름중에는
꼭두서니라는 자줏빛에 가까운 빨강색이라던가
추월이라는 하늘색과 파란색의 중간쯤되는 색의 이름이 있다.

어머니는 베갯모를 수 놓으실때도 정성을 다하셨다.
진분홍 명주천을 직사각형으로 자르고
그와같은 광목천에 솜을 얄붙이 붙여서 배접을 하셨다.

명주천 가운데에다 모란꽃을 그리고 네귀퉁이에는 호랑나비를 그렸다.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무명실로 그림대로 한번 모양을 잡은다음
그위에 명주실로 수를 놓으셨다.

이파리 하나에도 초록은 중심이 되고
점차 밖으로 나가면서 연두빛으로 또는 안에는 진홍색부터
밖으로 갈수록 연한분홍으로 수를 놓으시고
그림 밖으로는 황금색실을 꼬아 육각형의 띄를 만들어 장식했다.

네 귀퉁이에서는 나비가 날고 가운데선 목단이 피어 올랐다.
어머니는 어디서 배우셨을까?

솜을 두른 옛날 한복을 지으시면서
어린 딸에게 배우라고 채근하시던 어머니.

바느질 못하면 시집갔다 쫒겨 온다고
허구한날 겁주시던 우리 어머니

그래도 못난딸 쫒겨나지 않고 이때까지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다시 옛날로 돌아갈수 있다면 어머니 앞에 앉아
멋진 솜씨 보여 드릴수 있을텐데...
쫒겨나지 않으려고 열심히 사는딸 어머니 안심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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