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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세상이 변했다..남편도 변했다..

저는 9대째의 종갓집 종부입니다.

스물다섯 나이에 시집와서 일년에 열두번의 제사와 거릿제사 한번

차례두번에다 시제사까지 지내며 살아왔습니다.

시부모님이 돌아가신후 제가 4대봉사에서 2대봉사로 줄였습니다.

남편은 결단을 못내리고 제가 밀어부쳤습니다.

시부모님대에 4형제분이시라 제사때나 명절때는 30명이상 모입니다.

둘째와 넷째가 서울에 사는 바람에 그렇지 다 모이면 쉰명에 가깝습니다.

차례는 그야말로 차를 올린다는 수준으로 간결하지만

여러식구 먹고 마시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했지요.

다른사람들은 떡쌀을 한두되 빻아가는데

저는 한말씩 빻아서 반은 송편빚고 반은 기증찌고 그랬습니다.

***********

음력으로 팔월이면 농삿일도 많아서 벼도베고 고구마도캐고 

밭일도 끝나기전인데다가 제사만 세번이 들어있고

차례까지 지내야하니 제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아버님은 꼭 밤중 열두시를 지나서 상을 차려도 나오시지않고

딱 1시가 되어야 제사를 지내시곤했습니다.

미리 한잠 주무신 아버님은 모이신 동생들과 아들들과

조카들과 얘기장단으로 한두시간을 또 보내셨지요.

가까운곳에 사시는 작은댁식구들은 산을 내려가거나 

산등성을타고 한시간가까이 걸어야 자기들집에 도착을하니

그냥 묵으시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전기도 수도도없는 산골에서 대한등에 의지하여

불때서 밥하고 탕 끓이고 낮에는 떡을찌고 십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전기가 있는 시내로 나온지는 36년째입니다.

********

제사도 줄이고 줄이다가 이제는 따로 지내자고 

또 제가 말을 꺼냈습니다.

그때도 남편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예순다섯이 넘어가는 나이에 며느리도 못보고

평생을 제사만 지내고 살것인가....

나중 며느리를 얻어도 그문제가 큰 걸림돌이 될것 같았지요.

아들이 더러 여친을 소개받을때면 친구들이 장난삼아

얘네집에가면 항상 다식하고 감주는 떨어지지않아 하고 놀려서

깨어진 경우도 있었다고합니다.

이제는 차례도 안지내고 여행을 간다는 뉴스도 나오고

이집저집 제사도 안지낸다는 소문도 들리더니

급기야 남편이 차례를 지내지말자고 합니다.

형제간에 모여서 부모님도 추억하고 서로간 안부도 뭍자는 명절인데

식구끼리 지내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겁니다.

아직도 꿈속에있는 울집남편입니다.

동생도 일흔이넘고 저마다 찾아오는 아들 며느리 손주

다 데리고 큰집으로 오겠습니까..

게다가 점심때면 몰려오는 딸 사위 손주...각자 집에서 맞이해야 하쟎아요.

그냥 가족끼리 단촐하게 지내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낮이면 딸네식구 어쩌다가 친정식구도 있고

아주 허전하지는 않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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