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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무소식이 희소식일까요..

 

연분홍 봉숭아꽃.

 

이른봄 얼음이 풀리면서 땅에 나물이 돋을때부터

이삼일에 한번씩 오시는 할머님이 있습니다.

올해 여든이신데 촌수로는 조카님이 되십니다.

올때부터 배낭에는 짐이 한짐입니다.

도시락에 물병에 호미 낫 칼 가위등등을 넣으시고

지팡이를 의지해서 뒤뚱거리며 걸으십니다.

그래도 골짜기마다 도투고 다니시며 나물을 뜯고 약초를 캐십니다.

가실때도 한짐이 달라져 보이진 않습니다.

 

이분은 말동무가 그리워서 사람을 한번 붙잡으면

수도없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십니다.

남편을 만나도 한시간~~~~

저를 만나도 한시간~~~이 적다싶지요.

웬만하면 피하면서 삽니다.

어느때는 남편이 관리기작업을 하는데

곁에서 이야기를 하며 따라오더랍니다.

시끄러운 기계소리에 뭍혀 잘 들리지도 않는데요...

 

요즘은 건강이 더 좋아지셨는지 이틀에 한번정도로 오셨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시며 산비탈을 낫으로 깎고

호박 열무 배추 상추 없는것 없이 심으셨습니다.

밭에서 일을하다 점심을 먹으러오면

얼른 따라 오십니다.

목이 마르니 물도 드시고 밥도 같이 먹습니다.

조그만 도시락에 밥과 두릅짱아찌를 싸 오셨습니다.

여러번 같이 밥을먹다가 이상한점을 발견했습니다.

여전히 조그만 도시락에 밥과 짱아찌....

예전에는 절대로 남들과 밥도 안먹고 남의것은 싫어 하셨는데

이제는 스스럼이 없으시고

무슨말이던 자꾸 하시려는 것입니다.

남의말은 전혀 들으려 안하고요...

 

며칠전에도 일을 하시고는 점심을 드시러 오셨습니다.

안해도 될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기운이 하나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밥만 싸왔다고...

이것저것 챙겨드리니 그러십니다.

"아주머이...나는 밥하는걸 잊어버렸어...

왜그러지...."

아들한테 물어보고 다시 눌러서 밥을해도 밥이 안된답니다.

전기 압력밥솥인데 작동시키는법을 모르겠답니다.

사흘째나 밥을 못해서 아들이 한다고 그럽니다.

그날은 제가 설명을 다시 해드리고

집에가시면 종이에 적어서 그걸보면서 하시라고 했는데...

그날이후 이 산골엘 안오십니다.

벌써 며칠이 지나갔는데요...

궁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이들 장가갈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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