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을 좀더 거슬러 올라가서
90여년전....
박달재너머 충주근방에서 한 여자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광산김씨 양반댁 큰 따님으로 오녀 일남의 형제중
맏이입니다.
그 아이가 자라 처녀가 되었을때
재너머 이쪽으로 한 양반댁에 혼담이 오갔지요.
그리고 가마에 태워진 새색시가 시집을 왔습니다.
권세만 있고 퇴락한 양반댁에는
증조할머니부터 시할머니 시어머니
시뉘 시동생...
많은 가솔들틈에 어린 새색시는
하루하루 힘겨운 시집살이를 하였답니다.
연약한 체격을 타고나신 저의 시어머님은
힘도약해 물동이도 제대로 못이고
시력도 안좋아서 바느질도 헤매고....
저녁으로 설겆이를 하면 김치그릇에 깍두기를 모으기 일쑤고
바느질을해도 호롱불빛이라 영 손놀림이 시원챦았답니다.
저녁이면 시할머니 시어머니 이부자리 다 돌봐드리고 나서야
잠을 주무셨다는데....
어느 여름날 저녁 마루에서 어른들과 바느질을 하시다가
잠깐 졸음을 못이겨 깜빡졸다 댓돌로 구르신게
그만 아랫사람들 눈에까지 띄어
그길로 사랑채의 할아버님의 호령소리에 소박을 당하셨답니다.
신발 신을새도없이 가마에 태워진 새댁은
박달재를 가마안에서 울며 넘어가셨을겁니다.
가마를 메고 갔던 종놈들이 돌아서기가 무섭게
버선발로 걸어서 따라 오셨다는 시어머님.....
그 시절은 소박이란 양반댁에선 있을수없는 일....
한다하는 부잣집 양반댁큰딸이 소박을 맞는것은
가문의 수치라 받아주지를 않았다지요...
밤새 넘었던 고갯길을 다시넘어 돌아오면
방에도 들지못하고 부엌에서 아침밥을 지었다지요.
잘사는 친정과 못살면서도 권세만 내세우던 시댁간의
기싸움에 애꿎은 어린 며느리만 고생을 하셨습니다.
그후로 세번을 더 쫒겨나신후에야.....
차츰 푸르던 서슬도 약해지고 세상도 변해서.....
******
아버님이 손수 찾아가 장모님께 빌고 모셔오셨다는
한많은 박달재 고갯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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