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집안일에 골몰하느라
동네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어제서야 모든일을 끝내고
오늘 동네에 내려가면서 밭에남은 배추부스러기들을
뜯어다가 국거리라도 하시랬더니
아줌마 아저씨들이 다녀 가셨습니다.
늘상 지나가면 길가에 나서서 오락가락 하시며
개밥도 주고 오는사람 가는사람 붙들고
커피도 타주고 얘기도 잘 하시던 형님이 안보이시데요.
"형님은 더 아프신가요...꼼짝을 안하시네..."
"에구....동세...형님은 서울갔어"
"아니,왜요...허리가 더 아프시대요?"
"그게 아니구... 큰딸이 아주 데리고갔어..."
******
저번날밤에 친정어머니가 부르신다고 나가시다
다치신 형님은
몸은 금새 좋아지셨으나
자식들만 없으면 아프다고 떼를 쓰시고
애들 안온다고 조바심을 치셔서 야단을하면
이틀사흘을 밥을 굶으셨답니다.
그러다보면 아주버님도 같이 굶기가 일쑤라
더이상은 못살겠다고...
네 에미좀 데려가거라하니
어느자식이 선뜻 나서서 모셔갑니까...
어느때는 갔다가도 이틀을 못넘기고
아버지 밥해줘야한다고 데려다 달라고 했다는데
이번에는 큰딸이 아주 맘을 먹고는 모셔갔답니다.
환갑이 다된 큰딸은 자식들도 다 혼인까지 시킨 상태라
어머니를 모실 결심을 한것같습니다.
언제나 동네소식 환하게 전해주고
힘들게 일하지말고 쉬어가며 하라고....
늙어지면 열심히 일만하며 산것이 아무소용없더라는
인생의 지혜를 알려주시던 형님이
이제는 보이지않는 곳으로 가버리셨네요.
눈에 안보이면 쉬이 잊혀지는법.
어느날부터인가 제 기억속에서도 잊혀져 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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