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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장독대 이야기

 

아침에 집엘 올라가다가 보니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주욱 서서 장독을 들여다보고 계십니다.

모두 형님들이지만 일흔이 다 넘으셨습니다.

 

아주버님은 장독에 대못과 망치로

무엇을 깨고 계시는것 같아서 차를 세우고

구경을 하였습니다.

 

형님은 엊그제 장을 담그시면서

항아리들을 말금히 씻어서는

장독 우러나라고 물을 하나가득씩 부어 놓으셨답니다.

 

요새 부쩍 정신이 깜빡깜빡하시는 분이라

장독 뚜껑을 닫아 놓으시고는 그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독은 꽁꽁 얼어

대못으로 한참을 깨어낸 후에보니

다행히도 가운데로는 물이 좀 남아있어

장독이 터지는걸 면했습니다.

 

한참을 궁시렁거리던 아주버님이

다시 작은 단지를 손질해 보려고 망치를 드셨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보니 이미 그 항아리는

금이 눈에 보이도록 가 있었습니다.

 

죄송하지만 깨어진걸 알려 드리니

아주버님은 본격적으로 형님을 나무라시기 시작합니다...

 

곁에서 구경하던 이웃 형님들도 한마디씩 거들고

 

"어쩐대유....새로 살라믄 엄청 비쌀낀데..."

 

"그러게 뚜껑이나 씌우지말지 헹님,

오다가다 들여다보면 우리라도 쏟아냈을껄..."

 

가뜩이나 기가죽은 형님은

"날이 그렇게 춥지는 않았는데 많이 얼었네..."

 

"에구 형님, 요메칠 을매나 추웠다고...

두개 다 깨졌으믄 어쩔번 했슈..."

 

예전에는 그렇게 맑은 정신으로 맵게 살림하시던 형님이

이제는 가쓰불도 켜놓고 밖으로 돌아댕기고

수돗물도 틀어놓고 진종일 놔두고 그러시네요..

슬퍼요...가는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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