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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저잣거리에 발을 들여놓다...

남편은 도로 가져온 오이를 그늘에 두고

햇빛이 안보이게 덮었습니다.

 

그런다고 생물인 오이가 가만 있겠어요.

하루가 지나니 싱싱한 맛은 사라지고

하얗던 백다다기의 끝은 조금 누르스름하게 변했지요.

 

게다가 새로 딴 오이가 또 그만큼이나 되었으니...

다음날도 얼마 못팔고 돌아왔지요.

그러기를 사흘째....

남편의 얼굴은 조금씩 변해갔지요.

서로가 짜증스럽고 많은 수확을 해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니 동네 형님이나 조카님이

"새댁 새댁이 시장엘 나가봐..

아무래도 파는건 여자들이 더 나아..."

동네 아주머니들은 젊어서부터 저잣거리에서 물건을 파셨지요.

그러나  저는 한번도 물건을 팔아본일이 없고

 채소전은 눈여겨 본적도 없던터라 막막했습니다.

 

어머님이라도 계시면 문제는 없는데 그당시 어머님은

서울 아들네집에서 일을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어쩔수없이 떠밀려서 시장에 발을 들여놓던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갓쪽에는 되받아 파는 상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그 안쪽으로는 자식들이 농사를 지어

어머니나 할머니가 날마다 나오시는 분들차지...

그 윗쪽에 어쩌다 팔게 있을때만 오는 분들..

그 뒷쪽 맨 끄트머리에 보따리를 풀고 장을 펼쳤습니다.

 

누가 물어도 답도 제대로 못하는 주변머리에

물건을 앞에 놓고도 사가라는 말이 안나왔습니다.

손님들은 저 아래에서 시장을 다보고 어쩌다가

시장끝까지 도는 아줌마들을 만나야 물건을 파니

장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하루종일 오는사람 가는사람 쳐다보느라 머리만 딱딱아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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