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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나는 빚쟁이입니다.

그저께 일입니다.
느지막히 아침을 먹고 집으로 갔습니다.

딱히 바쁜일도 없고 해서 무나 뽑아다 썰어 무말랭이나 해야지 하고
장길 밭으로 향했습니다.

근데 가다가 놀라운 얘기를 들었지 뭐예요.
을중네 부모님이 절골 밭에서 고춧대 정리를 하고 있다나요.

부랴부랴 산길을 휘돌아 가 봤더니,
한분은 줄을 끊고 한분은 지줏대를 뽑고...

점심까지 싸가지고 오셔서 주인없는 밭에서 일을 하시데요.
참으로 고맙단 말도 못하겠고요....

두고두고 세월없이 하려던 일이
어른들 덕분에 쉽게 끝이 났어요.

내 이웃이 나의 재산이요,
또한 마음의 빚입니다.

쌓은 덕은 없는데 빚은 무엇으로 갚아야 하는지......
나는 빚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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