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의 어느날,
춥기도하고 일거리도 없는때라 남편혼자 산에가서
방울이와 흰둥이의 먹이를 주는일을 하고있었습니다.
그날은 우리가 왔는데도 흰둥이가 집에서 나오지를않아
웬일인가 싶어 아들이 흰둥이를 들여다보니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씩씩하던 녀석이 일어나지도 못하고
그냥 앉아만 있는거예요..
그때 바로 병원엘 델고가던지 약을사다 먹였어야 했는데
저는 기운이 없는사람이고 아들도 부실한 체력이라
내일 약이나 사다 먹여야지...한것이 그만 흰둥이를 떠나보내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쉽게 갈줄은 몰랐습니다.
쵸코를 잃고 슬퍼할때 동네의 한분이 하얀강아지를 가져다가
두고 가셔서 본의 아니게 억지로 키우기 시작한 놈이라
조금 무심하게 키워온것을 생각하니 너무 아팠고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다시는 동물들을 키우지않겠다고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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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후의 일입니다.
산엘 들어가는 일이 며칠에 한번정도였는데 그날은 방울이를
아랫집터 옆에서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보기에도 피골이 상접하여 건드리면 푹 쓰러질것 같아보였습니다.
울 쵸코보다 서너달 늦게 저의집으로온 녀석인데 만11년정도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배추절임용 큰 고무통에 빠져서 며칠째 울고있었던듯한...
에미마저 포기하고 떠난후였는데 어디선가 약하게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소리를 찾아 가서보니 솔방울만한 아기고양이가 깊은 통속에서
울고있는 것이었습니다.
통을 기울여서 녀석을 꺼내고는 방울을 목에 달아 쵸코와함께
지내도록 했습니다.
며칠간 그렇게 해주다가 목줄을 풀어주고 자유롭게 했으나
녀석은 떠나지않고 저의 그늘에서 11년이 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기력이 다 한것같아 보여서 그냥두면 또 가슴이 아플것같아
시내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꾀죄죄한 털과 가벼운몸둥이를 씻기지도 못하고
담요와 헌 이불과 배변그릇을 놓고 두달이상을 보살폈습니다.
그동안 녀석은 제법 묵직하게 체중도 불어나고
털빛도 윤기가 돌 정도로 기력을 회복하였습니다.
추운 곳에서 변변챦게 먹고 자고 야생의 고양이들에게 물려가면서
살아가던 녀석은 추운 겨울을 잘 넘기고 엊그제
포근하던날 다시 산속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제법 활기차게 돌아 다니고 옆에와서 비비고 아는체를 하기도합니다.
힘들더라도 오래오래 살다가 떠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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