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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할머니의 봄날,


어제는 나물밭에서 장거리를 하고있는데

아랫집 할머니가 지팡이에 매달려서 이 마뚝을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걸어오시는게 너무 힘들어 보여서 부리나케 쫓아와서 어째 오셨냐고 물어봤습니다.

할머니는 논에 물이 출렁한걸보고 못자리 할려고 물을 가두었냐고 물으십니다.

에그...할머니, 못자리는 벌써해서 하우스에서 잘 자라는데요..^^

"벌써 못자리를 했다구...?"

부탁하실거 있으믄 전화를 하시지 왜 힘들게 찾아오세유..

"고춧모좀 부탁할라구...다 읎어지기전에 얘길 해야지."

그리하여 우리것만 키워서 심겠다던걸 또 갈라드리게 되었습니다.

******

할머니는 지난겨울에 허리가 너무 아프셔서 수술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술하기전에는 잘 다니시고 건강하신듯 했는데 기운을 못차리시고

점점 병원신세를 지시는것 같았습니다.

어느때 만나면 밥맛이 없어서 도저히 밥을 못드시겠다고 하시더니

지난번 밭고랑에 비닐을 씌우실때는 호밋자루도 간신히 움직일 정도였습니다.

어느날인가 도저히 못견디겠다고 날좀 병원에 데려다 달라고해서

아들이 병원엘 입원시키셨답니다.

며칠을 영양주사를 맞으시던 할머니가 퇴원을 하셨습니다.

그냥 쉬셔야 하는데...

할머니는 그래도 고추는 심어야지...그러십니다.

******

울 아들래미가 그럽니다.

"어떻해요. 할머니는 모르시나봐..."

할머니만 모르시고 다른사람들은 다 아는데...

이일을 어찌하지요..

건강하게 잘 사시다가 한햇겨울 심히 앓으시더니

이제는 손을쓸수도없는 상태의 몸이 되셨답니다.

******

정식으로 노인회에 가입이되는 우리도 아직은 나이를 실감못하고

그저 밭갈고 논갈고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끙끙댑니다.

줄이자고 줄이자고 그렇게 염불하듯 말리는데도 들은척도 안합니다.

저많은 고추밭 줄매고 곁순따는일 누구보고 다 하라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남편은 구부리고 하는일이나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일은 못하는데

마누라가 허리가 아프대도 못들은척,

설마 휙 심어놓으면 뒷마무리는 하겠지 하는 뱃장인가봅니다.

나중에 아랫집 할머니처럼 그렇게될지도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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