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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봄날은 간다 4.

 

며칠째 바람이 심하게 불고 날씨도 쌀쌀했습니다.

여전히 둥지를 지키는 올빼미....

지난 며칠간

일기가 불순해도 자손들은 조상님산소를 찾아

성묘하고 이장하고 분주히들 보내셨지요.

덕분에 산불감시원과 공무원들이 휴일에도 열심히 수고를 하시데요...

 

이제 쑥은 뜯어먹을만큼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며칠내로 마침맞게 클것 같아요.

봄비도 내리고 있으니까요...

******

아주 아주 오래전에 이산골에 사시던 형님이

봄이면 쑥을 뜯으러 고개를 올라 오셨지요.

(형님이 돌아가신지도 일년이 넘는군요..)

형님은 쑥을 뜯으시며 시집살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왜정시절에 여자들 공출을 면하기위해

어린아이가 자라 처녀도 되기전에 혼인을 시켜서

형님은 열여섯살에 시집을 오셨답니다.

여러식구 가난한 시집살이에

끼니마다 밥도 못먹고 어려운시절을 지나는데

요즘같은 보릿고개에는 낱알은적고 풀은 미처 자라지도 못해서

간신히 손에걸리는 쑥이나마 뜯어서는

쌀가루도 못뭍히고 밀가루나 그만못한걸 넣고 쪄서

어른들은 밥을 드리지만 아낙들은

시커먼 쑥으로 끼니를 때우셨다네요..

어느날인가 친정 아버지가 딸네집을 지나가다

그 지내는양을 바라보고 집에가셔서

며칠을 누워계셧었다는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

저의 시어머님도 열여섯나이에 시집을 오셨답니다.

아버님은 열일곱살이니 서로간 무슨 철이 들었겠습니까...

긴긴봄날 아버님은 소를몰고 밭을 가는데

참을 낼 거리가 없어

움에서 꺼낸 배추를 씻어 고추장과 함께 드리고는

너무나 배가고파서 어머님이 우시니...

아버님이 그러시더랍니다.

고생이 되어도 조금만 더 참자고요..

배고파서 죽은 사람은 아직 못봤다고 그러시더래요..

왼산을 메주밟듯 밟고다니며 이름가진 나물은 다 뜯어먹고 살던 시절도

그렇게 흘러가고

고생하신 부모님들은 모두 산위에 계십니다.

봄날... 하루는 길고 깁니다.

때마다 밥을 잘 먹어도 배가 고프지요..

새참으로 푸석한 빵쪼가리에 음료수를 마시면서도

맛이없다는 생각을 하는저는

어른들께 죄짓는 일이 아닌가 싶어

부끄러운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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