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며칠째 무논에서 씨름을 하는 남편은
날마다 기계를 망가뜨리고는 전화를 해댑니다.
"빨리와....벨트가 나갔어..."
기사는 그 전화를 받은후 한나절도 더 지나야 달려옵니다.
사방에서 고쳐달라는 전화가 빗발치기 때문에
차례대로 나가야 하는가봅니다.
논바닥이 마르기는 아예 글렀고 벼는 나날이 더 쓰러져만가니
쓰러진 벼는 그냥 문질러 버리는 것입니다.
산골논은 제 바닥에서 샘이 솟는터라 가무는해에도
말리기가 어렵지요.
논 가장자리로 도랑을 낸지가 한참인데도 이모양입니다.
그저께는 기어이 큰고장을 내어버렸습니다.
기사는 오늘에야 와서 고쳐주고 갔습니다.
오늘은 저녁부터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했는데요...
급한 마음에 논을 죽을 쑤어가며 벼를 베었습니다만
그러나 다 마치기도 전에 비는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가 내리면 쓰러지던 벼는 아주 깔리게되고
얼음이 얼어도 논바닥은 마르지가 않을겁니다.
비가 그치고 서리라도 내린다면.....
서리 맞은 벼는 미질이 나쁘다고 농협에선 받아주려 하지도 않지요.
비가 오기전에 쓰러지는 벼라도 다 베려고 서두르는 남편에게
버섯따러 댕기는 아저씨가 말을겁니다.
조금 아는분이지만 남편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일만합니다.
제가 대신 말을 받았습니다.
오염안된 쌀을 사고 싶다나 뭐라나....
하늘물로만 농사를 지으니 좋을거라고 팔랍니다.
우리가 그깟 한가마에 만원 이만원 더 받겠다고
털어서 마당에 말려서 쌀찧어다가 배달해 주겠습니까..
쌀값을 논하기전에 웬수같은 벼나 얼른 베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또 비가 옵니다..
누군가가 말을 걸면 싸우고 싶을 정도로 성질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