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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김장 시장의 풍경

새벽장에 내보낼 물건이 떨어질무렵..

가으내 키운 배추와 무, 갓과 파...

이런것들이 요즘 시장보는 물건들입니다.

우리집은 먹을것만 조금씩 심다보니

김장시장이 서기도전에 거의 다 팔아버립니다.

 

배추값이 아무리 싸도

밭떼기로 파는것이 아니라

손수작업해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하니

믿지는 일은 없습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도로에 하얀 금을긋고는

자리당 수십만원씩 자리값을 팝니다.

조금 크게 농사를 짓거나 중간상인들은

이곳에서 한달동안 김장 장을 봅니다.

 

어느 초로의 할아버지가

아들과 배추장사를 하십니다.

평생을 배추장사로 늙었으나 돈은 벌지 못했답니다.

취업을 못한 아들이 장사를 하겠다고 했을때

말리고 싶었으나 다른길이 없었다지요.

 

여름내 한귀퉁이 도로에 터를잡고 장사를 했지요.

요사이 도로에 줄을 그을때

약간 커브진 골목길이라 자리값을 안내도 되는곳이었습니다.

며칠을 배추를 쌓아놓다가

하루는 물건이 떨어져서 두 부자가 밭으로

작업을 하러 간 사이에

어느 아저씨가 낼름 그자리를 차지했네요..

 

그 아저씨는 절대로 자리를 비우지않고

물건을 가득 쟁였습니다.

처음 나오는 사람이라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일년내내 새벽장을 같이보던 동료였는데....

돈앞에서는 친구도 양심도 없는건지요.

먼저 자리했던 분들이 따지니

이 땅이 당신땅이던가...

누구나 먼저 자리잡으면 되는곳이 아니더냐...

물론 이치야 그렇지만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일인것을...

 

젊은 아들이 분을 참지못해 어깨를 들썩이니

아버지가 말리더랍니다.

참아야 하느니...

말은 안해도 시장안의 수많은 눈초리를 온몸에 받으며

그 아저씨는 양심을 팔고 계십니다.

쌀쌀한 새벽 찬바람에

자판기커피 한잔씩으로 담소를 나눌때도

그분은 홀로 그자리를 지킨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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