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집오던해 겨울..
부잣집이라고 들었는데 잡곡밥만 먹었습니다.
그때로선 드물게 금팔찌까지 받고 시집을 왔는데
어머님은 아들 장가를 보내기위해 추수한 벼를
몽땅 팔으셨나봅니다.
팔남매의 맏이이고 시할머님 아버님 어머님 또 어머님...
사촌 형제중 결혼 안한 시누 시동생이 열다섯..
이듬해 아버님의 육순이돌아오고 그 다음해엔 어머님들이 육순이시니
첫딸을 낳고 힘든 집안일에 익숙해져갈 즈음
두번째의 추수를 마친후 큰 시누이가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님은 이번에도 먹을 쌀 두가마도 안되게 남겨놓고
몽땅 팔아서 딸을 시집보냈습니다.
봄부터 추수하는 가을까지 보리쌀과 밀가루를 많이
먹었습니다.
아이는 두 돐까지 모유로 키웠는데 군대가기전인 막내
시동생은 항상 우리집에 오면
"형수님 쌀은 안떨어졌어요?"
하고 묻곤했습니다.
그해 가을 두번째 아이를 뱃속에 넣고
막내 시동생과 나는 하루종일 발기계를 밟아서
타작을 했습니다.
집에서 산모퉁이를 돌아 산을 하나넘어 있는
산골논의 수확은 아버님과 어머님이 쇠등에 질마를 지우고
지계에 한짐 잔뜩 지시고 오시면 우리 둘은 쉬지않고
털어냈지요.
하루종일 이렇게 벼를 털고 어둠이 깔려야 저녁밥을 지었습니다.
전기도 수도도없는 산골에서 물을 길어다 밥을 지으면
하루종일 고생한 뱃속의 아이는 힘이든지 아랫배가
딱딱해 오는 겁니다.
아무래도 나는 천하장사 였었나봐요.
그 아이가 아무탈없이 건강하게 태어나고 잘 자라주었으니...
지금은 흰 쌀밥도 맛이 있네 없네 하며
먹다 남으면 아까운줄 모르고 쏟아내어 짐승을 주는 나를
생각하면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그때는 조금의 밥만 있어도 국수로 때우고 감자쪄서 때우고
그랬거든요
없는 집에 돌아오는 제사는 왜그리 많고 큰일은 어찌그리 많았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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