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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가을은 숨가쁘게 내게로 달려왔다.

 

가을인줄도 모르는 구기자...

 

오래전 산골에서 살적에는 지금처럼 장거리를 안해도

뭐가 그리 바빴는지 모릅니다.

농기계라곤 경운기 한대뿐이었고 모든일을 손으로 해결해야 했지요.

갓 시집온 새댁이니 낫질을 잘 못해도

날마다 논에 엎드려 벼를 베었습니다.

베어낸 벼는 큰 단거리로 묶어서 논두렁에 걸쳐 말립니다.

며칠마다 뒤집어주고 바싹 마르면 지계로 져다가

마당에 쌓아놓았다가 탈곡기로 털었습니다.

남편은 통장일을 맡아서 동네에 내려가면 해가 저물어야 오기 일쑤고

일이 밀리면 저녁으로 지계질을해서 벼를 져 들였습니다.

낮에는 이웃에서 보면 흉볼까봐 못하고요.

 

음력 8월이면 가을겆이 할일도 많은데

초엿샛날 증조모님 제사이고

열이튿날에 또 제사가 들고...

그리고 추석 명절을 쇠고나서

스무사흩날 또 제사를 모시니....

낮이고 밤이고 편히 쉴수있는날이 없었습니다.

타작하고 콩뽑고 고추따고 각종 오가리도 해야하고

깻잎이며 고구마 줄기 따고....

그렇게 8월을 훌쩍 넘기면 구월 초하룻날

어머님 생신이신데 이상하게 꼭 그전날부터

바람이 불고 날씨가 추워져서 서리가 내리기 일쑤였습니다.

생신을 지나고나면 어느때는 고구마가 서리를 맞아

어는일도 많았구요.

이제는 그런 시절이 다 지나갔지만

지구 온난화 덕분인가 서리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한바탕 일에 밀려 볶아치다보면 어느새 단풍도 지고

마른잎만 뒹굴거리는 쓸쓸한 계절이 됩니다.

"오늘은 타작을 마무리한 날"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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