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님은 오늘도 바쁘게 올라가는 우리를
불러 세우셨습니다.
"동세, 양대는 심었어?"
"아뉴, 아직 안심었어유..."
쬐끔 늦긴했지만 그래두 멫포기는 심어먹어야지...
행님은 양대를 심고 씨가 남았다시며
한되박 가져가라십니다.
"아니래유....한웅큼만 줘유...
멫포기 심어서 밥이나 한두번 해먹으면 되는걸유...."
한사코 바가지를 들고 광으로 가시던 형님은
쇳대를 이것저것 넣고 아무리 돌려도
문을 못 여시데요.
밖에 나갔다 들어오시던 아주버님이 문을 열어주시니
뭔 자루에서 콩을 한바가지 퍼가지고 나오십니다.
"내가 심고 좀 남았어...가져다가 심어봐"
제가 들여다보니 이건 양대콩이 아니고
줄 양대입니다.
같이보던 남편도 아주버님도 이건 줄양대라고 하자
한사코 양대라고 우기십니다.
"어제 우리가 심고 저위 박서방네 한되박 줬는데
양대가 맞아유"
큰일났네요.
강낭콩을 심을밭에 줄양대를 심었으니....
양대가 아니믄 같다가 밥이나 해먹어....하시는 형님의 목소리가
힘이 하나도 없으십니다.
"아녀유...행님, 줄양대도 없는걸유...
같다가 잘 심을께유..."
아주 가끔씩 넋을 놓으시는 형님은
자신의 실수를 깨닳으실때마다 먼산을 보신답니다.
눈에 띄게 점점 다가오는 하얀 그림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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