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랫동네 형님이 지팡이를 짚고
산위에있는 우리집 일터까지 올라오셨습니다.
"헹님! 웬일로 예꺼정 오셨시유~"
파 모종을 내어심다가 허리를 펴고 일어서니
형님이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그러십니다.
"뭘하나 귀경좀 하려구...동세....
뭘 벌써 갈고 일을 많이했네..."
앉을데는 없구 스티로폴 의자삼아 앉으라시니
앉을수가 없다십니다.
앉으면 못 일어나고 어떻게 일어나면 앉을수가없고...
우리집까지 오는데 둬 시간은 걸렸을거랍니다.
"헹님, 고추모 부탁한거 저건데 많이 컸어유..."
"모는 좋은데 농사를 질라는지 못질라는지....에이구..."
생각해도 한심하신지 그렇게 한바퀴 둘러보십니다.
작년 가을까지만해도 도토리를 주워다가
묵을 쑤시고 그냥저냥 움직거리던 형님인데
이제는 기운이 아주 쇠약해 지셨네요..
어여 일덜하라구 하시면서 다시 내려가시는 형님에게
차로 가시자니까 내려가는길은 그래도 쉽다면서 그냥 가셨습니다.
남편이 그럽니다.
이제 저 형수님이나 형님이 떠나시면 누가있어
우리를 반겨주고 서방님 서방님하며
묵도주고 떡도주고 쉬어가라고 할것인가....그럽니다.
형제간에도 바빠서 얼굴보기가 힘든세상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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