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송아지, 그 위대한 탄생.
제비꽃농원
2006. 9. 27. 22:03
남편이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산골에 들어오던 해 무슨 생각으로 들어왔는지 내게 얘기해준것은 없습니다. 다만 퇴직금으로 송아지 세마리를 사왔습니다. 장마당에서 시달리던 송아지들은 페렴에 걸려서 며칠만에 한마리는 죽고 말았습니다. 나머지는 기침을 하고 일어서지도 못하면서 사람속을 썩였습니다. 수의사가 한번 다녀가면 삼만 오천원이라는 비용이 날라갔습니다. 너무 비싸서 주사약을 사다가 놓아주면서 간신히 살려냈습니다. 그렇게 병치레를 한 송아지들은 제대로 발육이 안되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자 새끼를 가지려고 하였습니다. 한참 나라에서 소를 키우라고 하던 때라 첫새끼를 가지려는 소에게 외국산 우량 송아지(샤로레)를 수정시켰습니다. 한데 하필이면 남편이 동네일보러 집을 비운날 큰소가 출산을 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전기도없는 산골에서 어두운 밤에 큰소는 소리를 지르기시작했습니다. 나가보니 네다리를 쭉뻗고 누워서 소리를 지르는데 이미 송아지는 앞다리와 머리가 조금 나와있는 상태였습니다. 새끼낳으면 닦아주려던 수건들을 송아지다리에 감아쥐고 "영차,하면 소도 힘을 끄응쓰고 또 영차하면 힘을 쓰기를 여러차레한 후에야 소는 뿌우연 송아지를 낳았습니다. 에미의 삼분의 일은 됨직한 커다란 송아지... 어미는 새끼를 낳고도 일어서지를 못했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송아지는 탯줄을 어떻게 잘라야하는지 막막했습니다. 송아지만 겨우 닦아주고 큰소의 볼기를 탁 때렸더니 그제야 벌떡 일어서는 소. 그와 동시에 탯줄도 저절로 끊어지고 조금있다 태반도 따라 나왔습니다. 어린 에미에게 커다란 수입송아지를 수정시킨것은 지금 생각하면 너무 무리한 일이었음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세상 모든일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더라구요. 그렇게 에미를 힘들게한 송아지는 무럭무럭 잘커서 어미보다 큰 소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