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명절을 지내고......

제비꽃농원 2021. 2. 15. 01:47

                                          해마다 와글버글 차렛상앞에서 다 서지도 못할만큼

많은 식구들과 지내온 세월이 40여년,

몇해전에 큰맘먹고 차례를 따로 지내자고 작은어머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너무나 서운하게 생각을 하셨습니다.

맘 약하고 명분을 중요시하는 남편은 억지로 제 의견을 쫓아서

형제들끼리만 모이는 명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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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사촌들이 다 내려와서 울집으로 모여서 차례를 지내고는

서둘러서 작은댁으로가서 또 차례를 지내고 또 작은댁으로가서 지내고.....

그러다가 한집이 서울로 떠난후로 숫자가 줄어들어

서른명이 조금넘게 모이기 시작했지요.

그래도 만둣국을 끓이려면 가스렌지로는 화력이 약해서

마당에 솥을걸고 만두는 솥에다 끓이고 떡은 가스렌지에 끓이고

꾸미는 가스버너에 올리고 탕국은 가스렌지한쪽으로....

집은 적고 식구는 많고 일손은 많지만 좁다보니 온통 난리법석으로

설을 쇠었습니다.

그런 세월을지나 4형제 가족만 모이는것도 딸들은 시집을 가고

한 작은집은 이민을 가고 하다보니 큰 상 하나에

작은상만 곁들이면 족했습니다.

지난 추석부터 각자 알아서 오는자손들과 함께 명절을 쇠자고 하였습니다.

올해는 달랑 세명이 설을 쇠었습니다.

딸래미가 집에와서 세배를 하고 점심을 먹겠다기에 안된다고 했습니다.

모이면 여섯명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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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침시간에 여동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명절인사를 하려고 이렇게 일찍 전화를 하는가....하면서 받았더니

친정 올케언니가 새벽에 돌아가셨답니다.

쿵하고 가슴속이 울렸습니다.

오래도록 아프셨는데 찾아뵙지도 못하고.....

작년 정월 대보름에 찾아뵌게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장례식장엔 사람들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습니다.

다 늙은 우리들이야 조심하며 다녀왔지만 

아기를 키우는 조카들이나 아기를 낳은지 열흘도 안된 조카딸도 있어서

직계가족도 다 모이지를 못했습니다.

시골집에도 아무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그많던 동네사람들 모두 조용했습니다.

코로나가 참 무서운걸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내일도 저희는 참석을 안하려고 합니다.

업체에서 일하는 모든것을 다 알아서 해주고

가족들만 남아서 지켜보겠다고 합니다.

형제들은 남동생 둘이 장례식장에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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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안에서는 이렇게 작은 새싹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지않게 비닐로 덮어주고 위에는 두꺼운 꺼치를 덮어주었습니다.

전열선을 설치해서 온도를 따뜻하게 맞춰 주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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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을 슬퍼하며 보내고 한편으로는

새로운 사람을 맞이하며 삽니다.

일흔여덟되신 오라버니는 담담한 모습으로

떠나는 올케언니가 쉬실곳을 부모님산소 아래쪽에 자리를 잡아놓으셨습니다.

우리는 올케언니와의 이별에 슬프고 불쌍해서 울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울고....

홀로남을 오라버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콱 막히는것같아 눈물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