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일곱시가 넘어서 집에 오는데도
보름달은 뜨지않았습니다.
보름이라고 찹쌀도 준비해두지 않아서
이것저것 넣고 잡곡밥을 해 먹었는데
딸래미가 찰밥을 했다기에 저녁은 딸네집에서 찰밥을 먹었습니다.
나물 삶아둔것과 말린나물 삶아볶은것
그리고 무나물과 시금치로 나물을 무쳤습니다.
산골에 살다보니 나물거리는 많은데 귀찮아서
씨래기도 안말려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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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의 정월 대보름.
어머니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마을의 샘물에 나가서
볏짚으로 만든 또아리를 샘물에 던져넣고
두레박으로 물을길어(이물을 용물이라 불렀습니다.)와
아침밥을 짓고 식구들은 모두 일어나서 말을 한마디도 하지않고
제일먼저 머리맡에 놓아둔 부럼을 깨물었지요.
세번씩 큰소리로 깨물며
"아야! 부스럼."
하고 소리를 내었습니다.
이어 아침해가 뜨기전에 더위를 팔아야 했지요.
누구든 부르면 일체 말을 하지말고 입을 닫아야만
더위를 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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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면 어머니는 설 전날 만들어두신 가래떡과
둥글게 빚어 달모양으로 만든 하얀떡을 찬물에 담궈 저장해 두었다가
(그시절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므로)
그걸 꺼내고 고물을 뭍히지않고 벌에서 채취한 밀과 기름을 섞어서
뭍혀둔 인절미 바구니를 꺼내와서 싸리나무를 땐 불에 구워냈습니다.
우리는 모두 논둑으로 나아가서 횃불을 밝히고
달을 보면서 두귀를잡고, 반 절을 나이대로 하면서 소원을 빌었지요.
돌아와서 구운 달떡을 조청에 찍어 먹는맛
싸리나무로 만든숫불에 석쇠로 구워낸 인절미
이런 음식이 사라진지도 4~50년은 지났겠지요.
남자애들은 쥐불놀이를 한다고 깡통에 솜을넣고 기름을부어
빙글빙글 돌리면서 마뚝에서 모이고 양쪽동네 청년들은 서로
누가 많이 모이며 오래도록 홰를 돌리는지 시합도하고 그랬습니다.
너무나 조옹한 정월대보름,
남편은 윷놀이도 안하고 역시나 고스톱만 두들길테지요.
겨우내 노는것도 이젠막바지
이제부터는 해도길고 일거리도 있어서
노는것은 끝이날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