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우산속의 세여자

제비꽃농원 2009. 8. 24. 22:53

 

요새는 고추가 한창 붉을때입니다.

한고랑따고 돌아서면 또 붉어지지요.

 

밭고랑에는 풀이 수두룩합니다.

한고랑에 사백포기정도 심기는 밭인데 너무길어서

반을잘라 길을냈습니다.

 

작년의 일입니다.

고추따기에 고생이 많다고 여동생이 도와주러 왔었습니다.

밭고랑은 길지....고추는 많이 나오지....

손은 재발라서 한푸대씩 따놓고는 형부를 불러댔습니다.

남편은 저와 일을 할때는 푸대를 들어다 주는일은 없습니다.

그래도 처제가 어려워 군소리를 못하고 메어날랐지요.

비료푸대나 사료푸대는 자꾸 넘어지고

따는것도 시덥쟎아서 저는 큰 마대자루를 가지고 다니며

고추를 땁니다.

한 반자루쯤 따서 들러메고 밭고랑을 헤치고 나올려면

갈빗대가 뜨끔뜨끔할 정도지요.

그래도 이때까지 내가 한건 내가 들고 나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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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날....

아침에 일하러 들어오다보니

밭고랑에 우산이 세개가 나란히 보입니다.

가만히 보니 그 유명한 고추따는 의자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고추를 따면 우산이 그늘을 지워주고

앞에는 고추따는 푸대를 놓아서

힘들게 들어 옮기지 않아도 된다는.....

고추밭은 손바닥만 한 데다가 

따는 사람은 세명씩이나되고 그러면서도

의지에 앉아서 따는것을 보고는 남편이 충격을 받았나봅니다.

우리도 저런걸 하나살까?.....

아직은 튼튼한 두 다리가 있는데 하다가도

어쩐지 저녁으로는 발목도 아픈것 같고

예전같지만은 않은데 이참에 하나 장만해볼까 싶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