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

이 남자가 사는 법

제비꽃농원 2007. 9. 1. 14:29

남편은 농삿군입니다.

언제나 일에 뭍혀 살지만

농산물이 수확되는 오월 초순부터 서리가 오는 날까지는

새벽 번개장을 나갑니다.

 

 생전 남들과 잘 떠드는 성질이 아닌데 그냥저냥 물건을 잘 팝니다.

 

남편과 손님과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세요.

 

 손님, 이 복숭아 맛있어요?

 남편, 아뉴 맛은 없어유.

 손님, ㅎㅎㅎ 이아저씨 웃긴다. 맛없는 걸 왜 팔아요.

 남편, 요샌 원래 그래유. 그냥 물먹는거 보다는 낫다하고 사가유.

 

 어디 얼마나 맛있나 좀 줘봐요.

안돼유 맛없다니까 그래유

 잡수시려면 저기 기스난거나 잡숴유.

 칼 없어요.

읍써유  손님은 여기저기 다니며 칼을 얻어다 깎아서는

아저씨 먼저 잡숴요.

싫어유 난 맛없어서 안먹어유.

손님들이 우루루 모여들어 맛을보고

어느 손님은 먹을만하네 하고 인사만 하고가고

어느 손님은 인정상 얼마치를 사가고 그럽니다.

 

 남편이 돈을받고 담아주는 복숭아는

적어도 맛본 과일 보다는 맛있는 좋은걸로 드립니다.

 

이렇게 인정에 끌려 사가시는 분은 집에 가셔서

과일을 잡수실때 훨씬 단맛을 느끼시며 다시 꼭 찾아오십니다.

 

맛만보고 슬쩍 빠지시는 분은 어떤 물건이든 흠을 잡거나

값을 박박 깎으시는 까다로운 분입니다.

 

정많고 이해심이 많은 분들에게 실망하지 않도록

좋은 과일을 담아 드리는 것은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이렇게 다시 찾으시는 손님은 우리가 아무리 맛이 없다고 해도

싱겁다거나 짜겁다고 그래도 무조건 사가시며

우리는 알게 모르게 덤도 드리고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을 써 드립니다.

 

그렇게 오랜시간을 지내다보니 비가오나 눈이오나  우리 차가 올때까지

기다리는 단골들이 있습니다.

 고추도 미처 말리지도 못하고 손이 안돌아서 고르지도 못했는데

달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시장에는 좋은 맏물고추들이 많이 있는데도 꼭 부탁을 하니 어쩌지요.

 

우리는 시간이 없어 마른고추 손질할 틈이 없는데....

김장때나 가져온다고 해도 기다린다고 그러네요.

 

남편은 그렇게 물건을 판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