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봄까지도 할머니가 그런 중한병에 걸리신줄은 몰랐습니다.
작년가을 허리수술을 받으시고는 나날이 수척하셔서 물어봤더니
"수술을해도 금방났는게 아니고 아팠던 날들만큼 천천히 회복이 된다고 그러네..."
저는 그런가...그럴거야 정도로 흘려들었지요.
저는 허리가 아파도 죽을만큼 아프거나 그렇지는 않으니 이해를 할수 없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자주 병원을 다니시더니 약하신몸이 점점 더 쇠약해 지시는거예요.
그래서 농사일은 안하실줄 알았습니다.
원래도 고추 열댓판 심으시는게 고작이었던 농사였기에...
고춧모를 부탁하러 오실때보니 아니다 싶었습니다.
지팡이에 의지해서 걸으시던 할머니는 제게 이런말을했습니다.
"일 조금만 해유...아파보니 자식 다 소용없어..."
"할머니, 지금도 많이 아파유?"
"아니 아픈건 그만한데 도저히 밥이 안넘어가네,
이쪽 볼때기에 넣고 밥을 씹으면 저쪽 볼때기로 돌아가고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지질 않아..."
그러시던 할머니가 병원엘 입원하시고 링겔을 꽂으시고....
어느날 문병을 갔더니 나아진것 같지를않고 더 아프신것처럼 보였습니다.
나중에 들으니 췌장암이시라 그도 연세가 높으시고 때를 놓친것 같다면서
병원으로 요양원으로 그러시다 세상을 뜨셨습니다.
할머님들은 남편간뒤 삼년만 더 살아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으시다죠..
할머니는 자유로운시간 2년도 못채우고 떠나셨습니다.
너무나 경우바르시고 자존심도 세시고
산골에 살아도 먼지한톨 날리지않게 사셨는데
이웃이라도 일하는데 훼방된다고 볼일이 있을때 아니고는 다니시지도 않으시던 할머니,
이제 그분도 가시고 쉰넘은 아들과 강아지한마리만 덩그러니 남았네요.
문득 저의 미래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하늘나라에서는 편안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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